싱가폴 출장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Well, you've been to a mall, right?" 이라고 답했다는 에피소드는 싱가폴에 대해 단편적이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이곳엔 Mall or nothing이라고 할만큼 도처에 mall이 널려있다.
왠만한 스포츠광이 아닌 바에야 야외 활동을 즐길만한 날씨가 아니다보니 실내 활동이 자연스럽다. 이곳의 mall은 거리 곳곳에 쥐덫처럼 늘어서 뜨거운 거리에 에어컨 바람을 흘리며 행인을 끌어모으거나, 복잡하게 설계된 지하통로를 통해 MRT와 공공건물로부터 군중을 수혈받는다.
집을 보러다닐때도 agent는 집보다는 근처 mall의 위치, mall의 규모, mall의 건설 계획 등 mall의 소개에 더 열을 올리곤 했었다. 집보다 mall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도 있어서 집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의심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곳의 mall을 몇번 겪어보니, 오락거리이자 가족 행사이자 취미이고 산책과 휴식과 만남을 행하는 mall-ing은 보통 싱가폴 사람들의 생활에서 핵심적인 activity인 것 같다. 서울에서 재미삼아 행하는 쇼핑과는 scale과 intensity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근처에 mall이 있다는 건 단순히 가까운데 콩나물 파는 곳이 있다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Orchard Road의 노골적인 현란함과 환상성은 옆집 mall이 제공하는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지만, 이곳 출신이라면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