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에 Orchard Road를 산책하다가 입구가 무슨 나이트 클럽처럼 반짝이는 OrchardCentral이라는 몰을 구경했다. 그곳에서 무심코 건물 외벽에 설치된 9층과 11층을 연결하는 기다란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는데 아, 내가 고소공포증이라는 것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난간도 없는 엘레베이터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수십층 아래로 떨어지는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졌고, 머리는 현기증으로 어지럽고 귀속은 웅웅대고, 높이를 감지할만한 지표가 눈앞에서 조금씩 사라질 때마다 바이킹이 하강할때마냥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아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다리는 힘이 풀려 손잡이를 부여잡은 힘으로 버티고 있는데, 하필 발판보다 손잡이가 좀 더 빨리 움직이는 바람에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어지는데도 잠시라도 손을 떼면 등뒤로 꼬꾸라질까봐 어쩌지도 못하고 oh my god, oh my god만 외치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무서웠던 건 어른되고 처음이었다.
20100321 Orchard 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