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16일째

자신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생활을 단순화해야만 다른 사람을 삶에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는가보다.

15일째

싱가폴 땅에서 15일째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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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의 눈으로 본 싱가폴은 거대한 공사판이고, 쇼핑몰이고, 박물관이다. 서울만한 좁다란 땅에 세가지 모드가 동시에 작동중이니 어디에서나 진귀하고 어리둥절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한편 온갖 모순이 혼재하는 도시 의 인상에 반해 이곳 사람들이 주는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일관되게 온순하다는 것이 나에겐 큰 미스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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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 도착하자마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을 보러 다녔다. 이곳에서 집구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현지 사람들이 거주하는 가족용 주거지(HDB)와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콘도)가 분리되어있고, 나와 같은 평범한 회사원이 혼자 지낼만한 affordable하고 적당히 현대적인 스튜디오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 먼나라의 가정집을 들여다보는 것이 흔치않은 경험이기도 해서 guided tour 삼아 기쁜 마음으로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17개를 보았는데도 적당한 곳이 없어 낙심하던 찰나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하얗게 빛다는 마감재, 공원을 향해 난 커다란 창, 스마트하게 배치된 적당한 크기의 공간. Farrer Park의 한 스튜디오를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고, 집이나 남자와 같은 큰 문제일수록 어느정도 직감에 의존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라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계약을 했다.

서울에서 같은 값이면 Tower Palace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호화로운 오피스텔에서 늘어질 수 있으련만. 싱가폴의 집값이 혹독한 것을 인정하고 대신 혼자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호기심에 계산해보니 깨어있는 자유시간 1시간에 만오천원 정도를 지불하는 셈이다. 아아 세상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