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3일 목요일

#1.
독립하기로 마음을 먹고나자, 오랫동안 내면의 풍경으로만 해독되어왔던 서울이 졸지에 비용과 편익을 축으로 하는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거리가 아름답다는 사실이나, 모퉁이에서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 또는 동네와 얽힌 달콤쌉싸름한 추억의 결들은, 내가 가진 돈으로 살만한 곳인가, 내가 가진 돈만큼의 혜택을 내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결정의 방향을 나도 모르는 새에 정해버리고 말았다.

#2.
난 강남은 사람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침실과 서재를 분리해야 하는 것처럼, 강남은 일하거나 노는 곳이지 잠을 잘 곳은 아닌 것만 같다. 게다가 강남에서의 2.5년의 시간 중 단 한차례도 시간내어 탐험해보고 싶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골목을 만나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외설적일만큼 새롭거나, 인공적으로 빛나거나, 지나치게 붐빈다.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강을 건널때마다 강북의 꼬부라진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는 옛집이나 궁궐들, 차분하고 다정한 사람사는 흔적들이 그리울 지경이다.

#3.
새로운 집을 상상하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집근처 어느 미지의 길들을 탐사하면서 보낼 시간들이다. 마음에 드는 카페와 오후에 걷고 싶은 산책로도 발견할 것이다. 오랫만에 카메라도 꺼내들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 세들어 살았던 뉴잉글랜드식 목재 건물의 이층 작은 방처럼 다시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재미와, 아직 아무와도 얽히지 않은 시간들을 소박하게 채워가며 느낄 기쁨도 기대가 된다.